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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_ 한 강 시집

by 그림 그리는 봉쌤 2023.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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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 한 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제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 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에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한 강 시집, 문학과지성사,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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