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나에게 주는 선물
살아가야 할 날들이 한참 많은 시절에는
인생을 좀 더 그럴듯하고 심중한 것이라 생각한다.
아침에 잠 깨어 밥을 먹고 공부하거나
일을 한 뒤 다시 잠이 드는 일상처럼
시시한 게 인생일리가 없기 때문이다.
돌이켜볼 날이 더 많아지면 생각이 달라진다.
어떤 식으로 보내왔건
인생은 자신이 겪은 하나하나의 사소한 순간
그 자체의 총합임을 깨닫게 된다.
많은 일이 힘들고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손에 잡은 이상은 성誠을 다해야 한다.
내 손으로 무언가 행한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방증이다.
삶이 끝나면 누리지 못할,
살아 있는 이의 특권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지식과 지혜로 계획을 짜고 과정을 살피고
완성해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면이 있다.
삶의 나날이 짧다고 푸념하면서도 사람들은 여기에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도외시한다.
'그 길로 갔으면 어땠을까. 지금쯤 더 나은 내가 되어 있겠지.'
'다음 기회가 또 있을 거야. 지금은 그 일을 할 기분이 아냐.'
움직인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보다 귀찮은 일이다.
과거를 떠올리거나 미래를 꿈꾸는 생각에 잠기는 게 손쉽고 편안하다.
그러나 과거는 흘러갔고 미래는 확실히 약속되어 있지 않다.
우리가 삶을 살 기회는 내 눈앞에 있는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뿐이다.
추억과 꿈꾸기로만 삶의 시간을 채우면
나는 한 번도 진정 살아본 적 없는 인생을 살게 된다.
산다는 것을 객관적 시선으로 요약한다면
태어나서 죽어가고 잊히는 것이다.
우리는 날마다 잠이 깨고 식사를 하고 일을 하며
사람을 만나고 잠이 든다.
예상치 못한 해프닝에 휘말릴 때도 있지만
시간이 가면 어떤 식으로든 해결된다.
사는 일 자체는 그처럼 담담하고 무심한 것이다.
우리가 그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의미로 보는가에 따라 다르게 다가온다.
산다는 것은 결국 삶 그 자체가 아니라
우리의 인식과 생각과 느낌 등에 의해 규정되는 어떤 것이다.
왜 사는지, 무엇을 위해 이토록 쉼 없이 생각하고 움직여야 하는지 알고 싶다면
되도록 많이 보고 듣고 경험해보는 게 도움 된다.
어떤 체험 속에도 사물을 관통하는 진실이 담겨 있게 마련이다.
수많은 진실을 마주해야
비로소 그 안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불변의 진리를 도출해낼 수 있다.
특정 사물이나 상황에만 적용되는 진실은
보편적인 진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한 가지 원리, 한 가지 진실에만 미혹되어 머무른다면
본질과 핵심에 다가가지 못한 채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일관성을 갖는 건 좋지만
그것은 내가 결정해야 할 어떤 행동의 지침일 때 의미가 있다.
스스로가 정해놓은 논리에 얽매이거나,
만들어진 이미지의 벽에 갇혀
자유의지가 손상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이란 것도 결국 내가 만들어낸 상상이다.
이제껏 쌓아온 이미지 역시 자기 자신이 정한,
혹은 남들에 의해 규정된 외형의 틀일 뿐이다.
진리란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보편적인 이치나 사실을 말한다.
그러나 그것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야 할 단 하나의 절대적 원리로 삼는 순간,
포용력을 잃고 배타성을 띠게 된다.
실재하는 세상은 하나의 진리로 포괄될 수 없다.
상대적인 입장을 인정하고 수용하며
그와 함께 병립하는 열린 정의를 지녀야 좀 더 위대한 진리일 것이다.
운은 저절로 깃든다고 생각하는 이가 많다.
그러나 운이 좋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내막을 살펴보면
그들 자신이 운세를 적극적으로 만들어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은 부지런하며 매사에 준비성이 강하다.
기회를 얻기 위해 최대한 움직이고 접촉한다.
실패한다 해도 쉽게 포기하는 법이 없다.
열심히 참여해서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될수록,
일들이 되지 않으면 되도록 상황을 완벽하게 만들수있도록
예상대로 운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말은 생각의 통로이다.
말로 의견을 표출하면 대부분의 사람은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려 노력한다.
오래도록 같은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그것이 몸에 익어 습관이 된다.
한 번 몸에 밴 습관은 쉽사리 개선되지 않는다.
평생 가는 경우도 있다.
습관에 의해 행해지는 전형적인 행동들은
어떤 사람의 특성이나 개성을 결정한다.
그러한 개성이 타고난 유전적 성향과 결합해서 한 사람의 성격을 만든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자기 성격대로 인생을 살게 된다.
결국 우리의 생각은 인생을 결정하는 출발점이다.
내 앞에 놓인 절망의 안개와 비바람 속을 헤쳐 나아가는 일도 산다는 것의 일부이다.
포기하지 않고, 쓰러지지 않기 위해 애쓰며 노력하는 건 진정 아름다운 일이다.
자기 삶 속에서 우뚝 서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존재에 대한 성실성이 깃들어 있다.
혼자 힘으로 고통과 절망을 이겨냈다면,
그 경험이야말로 무엇보다 뿌듯한 성취감과 삶에 대한 자신감을 줄 것이다.
세상이라는 큰 바다에서 살다 보면 시련의 파도를 만난다.
복잡한 관계 속의 갈등,
이해관계가 얽혀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일들이
모두 넘어야 할 파도이다.
파도 자체는 혼자의 힘으로 없애지 못한다.
하지만 파도를 만날 때마다 그 위에 올라타서
적절히 헤쳐 나아갈 수는 있다.
세상살이 속 현명함이란
시시때때로 마주치는 역경의 파도를 요령 있게 다루며
거칠고 드넓은 삶의 바다에 얼마나 잘 적응하고 사는가 하는 것이다.
대나무는 세상에서 성장이 가장 빠른 식물로 꼽힌다.
하루에 5~60센치미터가 자라기도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다.
죽순 자체가 몇 년은 기다려야 돋고,
그 후에도 몹시 더디게 자란다.
그런 상태로 5년이 지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마디마다 자리한 생장점이 활성화되어 엄청난 속도로 자란다.
멈춰 있는 듯 보였지만
대나무 안에선 급성장을 위한 치열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결과가 쉽게 보이지 않고 느리게 성장한다 해도 움직이고 있는 한,
언젠간 밖으로 분출되기 마련이다.
'군자'라는 의미를 오늘날로 치환한다면
굳은 심지가 있고 치우치지 않는 삶을 살며
언행의 일치를 이루는 사람일 것이다.
그런 이가 매사에 성誠을 다하기 위해
자기 자신을 경계하는 자세가 '신독愼獨'이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스스로가 거울이요 잣대가 되어 삼가고 지키려 노력하는 것이다.
가볍고 얄팍한 것은 빨리 눈에 띈다.
진중하고 깊은 것은 쉽게 밖으로 내보여지지 않는다.
세상의 겉모습은 시류에 밝은 이, 치장을 잘하는 이들로 채워진다.
하지만 실속 있게 일을 이루는 건 뒤에서 묵묵히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세상의 큰 물줄기를 흐르게 한다.
스스로 열과 성을 다하는 그들의 몰두에는
참되고 성실한 힘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그들의 중심에서 우러나오는 우직한 진정성의 숨은 향기이다.
섬돌 위에 비치는 대나무 그림자와
연못 밑까지 훤히 비추는 달빛은
사물을 움직이거나 외형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분명 있지만 없는 것도 같다.
있는 게 없는 것이고, 없는 게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취와 흔적 없이도 사물의 근본에 고요히 깃들어 본질을 관통한다.
마음이 그런 경지에 들면 맑고 평온한 평정이 있을 뿐이다.
실체 없이 일시적으로 오가는 뜬 것들에 구애됨 없이
늘 일정한 모습 그대로이다.
- 삶이 나에게 주는 선물, 최경란 지음, 오렌지연필,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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